서두
김한경 대표 (이하 바빌 대표)가 오토바이 셰어링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게 그 해 초 였나, 아니면 중순 쯔음 부터였나 정확히 기억은 나진 않는다. 그 쯔음 취업에 대한 막연한 생각으로 여름방학 동안 영어회화 성적과 한국사 자격증을 따두었다. 학기 시작과 동시에 졸업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했으므로, 동기 세명과 함께 팀을 만들어 프로젝트 주제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마침 바빌 대표의 사업 아이템이 생각나 팀원들에게 이야기를 꺼내봤다. 반응이 좋아 졸업 프로젝트에서 바빌의 아이템인 "오토바이 셰어링 서비스"를 개발해보기로 결정했다.
당시 난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도 전무하고 더군다나 팀장은 맡아본 적도 없는, 그야말로 별 생각이 없는 상태였다. 또한 분명 졸업 프로젝트와 사업화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또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좋은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열심히 개발해서, 공모전 등에 출품하면 되겠다 정도로 생각했다. 이후, 팀 리빌딩을 여러번 겪고, 어쩔때는 언성을 높이기 까지 하면서 팀원들과 함께 서비스 구조, 기획, 개발 등 여러 영역을 계속해서 보완해왔다. 1년 정도가 지나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어 글을 다듬어 보는 지금, 그 때에 비교하여 난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
1. 같은 비전을 공유하지 않는 팀원에게 요구할 수 있는건,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 함께 시작한 팀이라도, 각자 관심사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일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
2.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영업에서의 관점, 재무에서의 관점, 기술에서의 관점 등 각기 다른 영역은 종종 상충되고는 한다. 맡은 영역 외의 관점들과, 변화무쌍 상황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 당신이 개발자라면, 가끔 다른 팀에게 왜 시간이 더 필요한지, 왜 이건 안되는지 납득 시켜야 할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모든것을 알고있는게 아니듯, 상대방도 분명 어떤 분야의 전문가 겠지만 당신이 맡은 분야는 잘 모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설명하는 쪽도, 듣는 쪽도 모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것이다...
3. 당연하지만, 사업은 결과로 말한다!
- 무언가를 배웠으면 충분한 학생때와는 다르게 사업이 얽혀있다면 당신은 어떻게든 결과로 말을 해야한다. 아무리 많은 경험을 했어도 정리해놓은 포트폴리오가 없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기 힘들듯, 내가 지금 맡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게 어떻게 팀에 도움이 될것인지 알리는 일 역시 정말 중요하다.
4. 계획하며, 행동하자!
-당장 손에 잡히는대로 착수해보는 것, 그 전에 최대한 가설을 세워보고 알아보며 계획해보는 것, 양 쪽 모두 잃을 수 없는 방식이다. 일단 프로젝트를 굴려야 하니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것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의 지속성이나, 확장성 등 여러 요소들을 최대한 고려해보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써놓고 보니 조금 건방져 보이지만, 그래도 1년간 느끼게 된 생각이다. 사회에 나가 여러 다른 경험들을 하며 또 다른 생각이 들겠지만, 졸업프로젝트의 1년은 나름 값진 경험이 됐다고 생각한다.
기획
설계 프로젝트 첫 발표때 만든 ppt 자료다. 사실 다이어그램을 봐도 어쩌라는건지 (내가봐도) 잘 이해가 안갈텐데, 결국 오토바이 (mobility)에 모듈 (어쩌면 모뎀이라는 말이 더 맞을 수 도 있겠다)을 장착하고, 모듈을 매개체로 활용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오토바이를 조작하는 것이다. 또 서비스 제공자인 바빌은 서버를 두고 이용자에게 서비스 이용 권한을 부여하고, 자사 오토바이 (셰어링 서비스니까) 들을 관제한다. 모듈과 서버 사이에도 화살표가 보이는데, 모듈에도 장거리 통신부를 만들어 두고 서버에 위치 데이터 라던가 하는 정보를 보낼 수 있게 하여 이용자가 앱을 통해 그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근처 셰어링 스테이션 위치와 보유 바이크 대수는 얼마인지 등을 확인하는 정도겠다.
당시 주제를 정하게 된 배경이라고 써놓은 내용이다. 바빌 서비스는 전기 오토바이 셰어링 서비스를 아이템으로 내세웠는데, 서비스만 가입하면 누구나 싸고 손쉽게 개인 이동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는, 말하자면 전기킥보드가 생각나는 아이템 이었다. 하지만 곧 이 기획은 폐기되고, 우리는 프로젝트 규모를 낮춰 오토바이 스마트폰 키, "바빌 키" 프로젝트로 넘어갔다. 해당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 부터 다룰듯 싶다.
주제를 선정한 뒤 가장 먼저 몰두한 일은 프로젝트를 어떠한 기준으로 어떻게 나누고 묶을 것인가? 라는 일이였다. 프로젝트는 끝에가서 매듭을 짓던 못 짓던 일단 어떤 목표를 정해두고 시작하기 마련이니, 그 목표까지 도달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밟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팀원에 누가 있고, 협업은 어떤 식으로 이룰 것인지, 또 각 팀원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현재 내가 맡고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또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인지, 새로 익혀야할 내용은 무엇인지, 등 나열한 것들 외에도 프로젝트 진행엔 너무나도 많은 고민과 결정이 필요하고, 팀원 대부분이 프로젝트 경험이 부족하기에 무엇이 정답인지 몰라 결정을 내리는 것 하나에도 많은 시간이 소모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저렇게 많은 의문이 한꺼번에 떠올랐을 때, 어떤 것부터 결정해야 하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